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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원- ‘攝理의 들’(2024.02.0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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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원- ‘攝理의 들

’(2024.02.01~02.20)

섭리의 들 2023 Oil & Charcoal on paper 79 x 109 cm

유기물은 물론 무기물까지를 포함하여 세계 안의 모든 존재자는 시간의 지속 속에서 상호 유기적으로 접합되어 있고, 서로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존재한다. 즉 과거는 현재와 미래에 연결되어 있고, 한 부분이나 단위는 전체라는 그물망에 관계되어 살아 움직인다.

또 나에게 영향을 주고 현재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은 현재의 주변인뿐 아니라 예수, 장자, 석가모니, 조상을 포함한 과거, 현재의 모든 존재자이며, 동물이나 식물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만들어 내는 구조와 울림은 나와도 상관관계를 맺으면서 전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 자신은 규정 불가한 미지의 실체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더라도 무한한 시공간을 헤아려본다면 인간은 아주 작고 미미한 영향력을 지닌 유한한 존재로서 피조된 각 개별자는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생자필멸의 자연현상을 비켜 가지 못한다. 누구나 그러하듯 한계와 덧없음을 느끼며 죽음을 맞게 된다. 이것이 탄생과 죽음으로 지시되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운명일 것이다. 하지만 무수히 번식되어 자라나고 있는 벼밭이나, 무리를 지어 이리저리 이동하고 있는 물속 치어 떼와 같은 것들을 보노라면 자연의 섭리는 모든 생명체에 ‘生과 死’라는 운명만을 부여하지 않고 생성의 원리를 부여하여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였음을 깨닫게 된다. 이번 전시 명제를 ‘攝理의 들’로 붙이고 출품작 중 ‘神의 사랑’이라 명명한 것은 생명의 덧없음을 표현함과 동시에 한편으로 신비로운 자연의 질서가 치밀하게 살아 있음도 함께 말하고자 함이며 이러한 것을 단지 대자연의 현상이나 법칙이라고만 하기에는 인간의 시야로는 알 수 없는 어떤 특별한 존재자의 意志가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자 한 것이다.

인류철학사 시대 정신의 흐름은 객관 진리나 神의 존재, 우주의 진리를 탐구하는 것과 같은 인식론적 탐구 환경으로부터 현상학을 거쳐 개별자가 처한 개인의 실존적 상황에 눈길을 돌리는 실존주의 철학이 본격 대두하게 된다. 그간의 본인 작업 역시 실존 철학의 토대 위에서 이어온 것이었지만 이번 전시에 즈음하여 위와 같은 글을 쓴 것은 ‘나’라는 개별자의 존재를 깊이 사유하는 과정에서 다시 인식론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했던 이유를 부분 기술한 것이다.